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 뜻,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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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소설 '칼의 노래'를 천천히 읽고 있습니다. 그 책에서,
'메뚜기떼가 풀섶에서 서걱대는 소리 같기도 했고, 먼 곳에서 쥐떼가 씻나락을 까먹는 소리 같기도 했다.'
라는 글을 읽고, '씻나락'에 대해서 찾아봅니다.

1. '씻나락',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의 뜻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볍씨'를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볍씨는 못자리에 뿌리는 벼의 씨앗을 말합니다.
보통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을 쓰며,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소리', '어림없는 소리'라는 뜻입니다. 비슷한 말로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있습니다. - 야구계에 '이대호 도루하는 소리'라는 표현도 있고, 북한에서는 '가을 뻐꾸기 같은 소리'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2.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유래
가. 유래 1
경상도 지방에서 제사상이 허술하면 귀신이 배가 고파 광에 가서 씻나락을 까먹는다고 합니다. 제삿날은 귀신에게 진수성찬이 펼쳐지는 자리인데 가난한 농민에겐 제사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다음 농사에 쓸 소중한 씻나락을 제사에 쓸 수는 없었지요.
제사상을 외면하고 씻나락을 까먹을 정도의 어이없는 상황, 자손들의 다음 해 농사가 달린 씻나락을 까먹으며 이치에 닿지 않게 구시렁대는 상황에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라는 말이 생겼다고 합니다.
나. 유래 2
농부가 못자리에 씻나락을 뿌렸는데 싹이 나지 않자 '귀신이 씻나락을 까먹은 거 아냐?'라는 의심을 했답니다. 농부는 물이나 거름을 주지도 않고 계속 귀신 타령만 했는데,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그만하라'라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