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하동매실거리'라는 이름의 길이 있어 궁금했습니다. 매화나무 몇 그루 심어놓고 길이라고 한 것은 아닐까. 지도로 살펴보니 걷기 코스를 엮는 것이 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출발.
용두역 - 신답역 - 하동매실거리(매화꽃) - 용답역 - 다리 건너 - 살곶이체육공원(산수유꽃) - 살곶이다리 - 응봉역 - 응봉산(개나리꽃) - 용두역
약 5km, 용두역에서 응봉역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렸습니다. 매화와 개나리, 아직 안늦었습니다. 지금 가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2호선 용두역에서 하차하여 4번 출구로 나가면 용두공원입니다. 공원을 후딱 지나 한강으로 가는 걸음이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한강에 뭐가 있길래 걸핏하면 강으로 나가는 걸까.
아래 하천변 산책로로 내려갑니다. 바로 보이기 시작하는 매화꽃, 그러나 빈약합니다. 요즘 수시로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지요. 피다 만 것인지, 벌써 지는 것인지 멀어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멋있는 나무가 분명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지나칩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매화나무가 점점 늘어납니다. 아침 시간이었는데 여기저기 사진 찍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한가한 편입니다. 한쪽에 도로와의 차단벽이 설치되어 있어서 좀 답답해 보이는 구간인데, 매화꽃들이 참한 배경인양 뒤에 두르고 피어 있습니다.
붉은 홍매화들은 약간 흐린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톡 튀는 빛깔로 시선을 끕니다.
'하동매실거리' 표지석이 놓여 있습니다. 2006년 3월 조성했다니 18년, 거의 20년이 되어 가는군요. 그만큼 세월이 흘러서야 어린 나무들이 성장하여 꽃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입니다. 매화꽃은 신답역과 용답역 사이에 가장 많습니다. 매화나무가 아직 젊습니다.
하천 쪽에 수양버들은 어린 연둣빛의 새 잎들이 조심조심 그러나 가득하게 매달려 있습니다.
매실 채취 금지, 죽순 채취 금지, 감 채취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들이 군데군데 있었는데, '여기서 매실이! 여기서 죽순이! 여기서 감이!' 채취 가능하다는 사실이 낯설고 신기할 뿐입니다.
청계천이 중랑천에 연결되기 조금 전의 위치에서 살곶이 체육공원 쪽으로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를 건너자 '맨발로 걷는 황톳길'이 보입니다. 아차, 황톳길이 있고, 양쪽에 세족시설이 있다고 들어 놓고도 깜박 수건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황톳길 입구에서 부러운 눈길만 보내고 뒤로 합니다. 올해 첫 황톳길이었는데.....
살곶이 체육공원에는 산수유가 피어 있고, 군데군데 조각작품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매화를 보느라 위로만 향해 있던 시선이 이제 발아래도 살필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디서나 쉽게 보이는 봄까치꽃, 민들레, 냉이꽃 외에 광대나물꽃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독특한 살곶이다리는 보기만 하고 지나칩니다.
곳곳에 그네의자가 설치되어 있고, 튤립이 산책로 양쪽으로 잔뜩 심어져 있습니다. 길가 곳곳에 '2024 봄철 대비 튤립 꽃길 조성 예정지'라는 푯말들이 보입니다. 저렇게 많은 튤립이라니, 기대됩니다.
어느 무렵부터인가, 개나리가 가끔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응봉역 방향으로 가고 있고, 응봉산에서 개나리축제가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하천변에서 응봉역으로 이동하려 지나는 터널 안 벽화도 개나리꽃 그림입니다.
길은 모르지만, 배낭을 멘 사람들이 우르르 가는 방향으로 따라갑니다. 잠시 따라가니 바닥에 응봉산 가는 방향이 크게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개나리만 잠시 볼 생각으로 조금만 갔다 오려는데, 길이 비탈이 심합니다. 산은 시작 부분에서 데크 계단을 좀 올라야 하는데, 이 꽃만 찍고, 저 꽃만 찍고 하면서 올라가게 되네요.
오늘 아침 개나리는, 산에서 응봉역 방향의 개나리는 살짝 덜 피었습니다. 그러니 이제 부지런히 가면 활짝 핀 것을 볼 수 있을 시간입니다. 매화꽃과 개나리꽃 보면서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참,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소음 사이로 계속 들려왔습니다. 고개 돌려 보면, 낮은 가지에 앉아 있는 새들이 자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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