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향기 따라 떠난 2,556일간의 기록 동네책방 기행 - 최재훈 작가 사진전'
경의선 숲길 공원의 책거리를 지나는 길에 걸린 현수막에 자꾸 눈길이 갔으나 늘 바삐 지나쳤습니다.
어느 박스에서 하는 것인지 시선을 돌려 찾아보기도 했지만 바쁜 걸음은 전시 장소를 찾기도 전에 그 일대를 벗어나곤 했습니다. 차가운 기온이나 거센 바람도 빠른 걸음의 원인이었을 테지요.
따뜻하다 못해 덥다 소리 나올 정도로 기온이 올라가 마음이 느긋해졌을까요. 오늘이라고 관심을 더 기울인 것도 아닌데 갤러리 입구가 눈에 바로 들어왔습니다. 전에는 왜 못 보았는지 신기할 정도로 눈에 뜨이는 입구였습니다. 이런 걸 운명이라고 하나요. 망설임 없이 활짝 열린 갤러리로 들어갔습니다.
어릴 때는 자신 있게 책을 좋아한다고 했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그 말을 입에 쉽게 담을 수가 없었습니다. 더 많은 책을 읽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이야기의 깊이도 달랐습니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가벼운 책들을 읽을 뿐이고 할 말도 없었습니다. 재미있다, 재미없다는 말도 잠시 다시 생각한 뒤에야 꺼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읽을 뿐이었지요. 읽고 끝, 읽고 다음 책, 읽고 그다음. 그렇게 읽는 재미에 빠져서 흘러갈 뿐이었습니다.
어쨌든 그때는 '책을 읽는 편'에 속해 있었습니다.
책방이나 도서관 가면 뿌듯하고, 의욕도 솟고, 부담도 되고, 기분 좋기도 합니다. 책들을 좋아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예쁜 카페보다 색다른 책방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낯선 골목을 가다가 책방을 발견하면 장사 안될까 괜히 걱정하면서 내부를 창문으로 흘깃 살펴봅니다. 들어가고 싶지만, 들어가지는 않아요. 책을 많이 좋아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그러한 책방을 전국 800여 곳 찍은 사진전이라니, 호기심이 왕창왕창 올라옵니다.
2,556일이면 몇 년인가요. 7년에 걸친 작업입니다. 와우.
정선 숲속책방이라니. 큰일 났습니다. 저기서 장사가 될까요. 동네 한적한 골목에 있는 아기자기한 책방을 보면서, 책 좋아하는 주인이 취미생활 하나 보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정선은 자연과 책을 좋아하는 주인이 하는 전원생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괜히 커피 한 잔이 갑자기 마시고 싶습니다. 저곳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제주 다마스 책방입니다. '북다마스'는 이동형 책방으로 인스타에 미리 이동위치를 알려준다고 하네요. 마치 예전에 동네에 다니던 대여문고처럼 생겼습니다만 주로 독립출판물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한옥을 그대로 활용한 책방도 여럿 보이며, 겉으로 봐서는 책방인지 알 수 없는 곳들도 여럿 보였습니다. 사진으로 찍히고 전시가 된 만큼 모든 책방이 매력적인 내부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요. 들어가 머물고 싶은 공간들입니다.
그러나 무언가 허전합니다. 그러고보니 이곳에는 사진들만 있고 책이 없네요. 갤러리에도 북카페처럼 군데군데 책들이 놓여있다면 더욱 분위기가 살았을 듯합니다.
어쨌든 저런 색다른 동네책방이 전국에 무수히 많다니, 왠지 뿌듯합니다. 책방 앞에서는 늘 망설이면서도 말이지요.
책에 관심있고 책방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분들이라면, 홍대입구역에서 가까우니 한 번 들러보기 바랍니다.
경의선 갤러리는 홍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서강대역 방향으로 가면 바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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