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동화 같은 시계, 반클리프 아펠 전시 (Van Cleef & Arpels)/예약필수

예쁘고 비싼 시계들을 보러 가서, 환상 같은 동화를 만나고 왔다.

아름다운 파리의 거리(전시장)를 거닐며

수십 명이 모여 만든 작은 시계 속에 표현된 섬세한 움직임에 감탄하고

도슨트들이 군데군데서 설명해 주는 시간의 서사시에 귀 기울인다.

 

전시장 입구의 연인이 다리 위에 서로 마주 보며 서 있는 모습은, 시계에도 구현되어 있다.

배경 그림이 아니라 무브먼트로. 

여자는 시침이고 남자는 분침. 그래서 두 사람은 움직인다. 

보통의 방식이라면 하루에 22번 만날 수 있지만, 

이 시계에서는 시간을 표시하는 숫자가 다른 방식으로 되어 있다. 

여자 쪽에는  12시간이, 남자 쪽에는 60분이 표현되어 

하루 두 번, 정오와 자정에 연인들은 만날 수가 있다. 두근거리는 만남의 입맞춤.

시계에 이런 것을 담을 수 있다니,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두 연인이 만나는 것을 자주 보고 싶다면, '애니메이션 온 디맨드 모듈을 통해 

원하는 순간 언제라도 낭만적인 만남의 장면과 서정적인 감성을 재현할 수 있다'라고 

설명서에 되어 있다.  '언제라도' 볼 수 있다니, 멋지다. 

 

 

이 시계 속 연인들을 표현한 영상이 아름다워 링크해 본다.

 

https://youtu.be/B15Nzs_-ik4

 

아래 시계는 상을 탔다. 일명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 이노베이션' 수상.

(참 예쁜 시계인데 사진 색감이 영 아니다.)

여기엔 시침도 분침도 아예 없고 피어 있는 꽃송이 수가 시간을 표시한다. 

다섯 송이가 피어 있으면 5시. 분은 옆면에 보이는 숫자로 따로 표시한다.

다섯 개의 꽃잎이 오므려져 있다가 시간이 되면 벌어지면서 예쁘게 피어난다.

이름하여 꽃이 피어나는 시간. 

밤 3시와 낮 3시엔 피어나는 꽃 위치가 다르단다. 

이런 시계를 손목에 모시고 있다면, 몇 시든 상관없이 내 모든 시간이 꽃 같지 않을까.

 

아름다운 발레리나가 바늘이 되어 시계 안에 살아있고,

무한한 밤하늘의 별자리가 시계 안에 숨을 쉬며

태양계 움직이는 행성들이 바늘로 시계 안을 공전한다.

숨어 있던 나비가 날고, 태양이 달로 바뀌는 시계.

지퍼처럼 여닫으며 조절할 수 있는 목걸이가 있고

모양 조절이 가능해 벨트로도 쓸 수 있는 목걸이도 있다. 

여성이 시계를 (자주) 보는 것이 예의가 아니던 시절 팔찌에 감추어진 시계도 있었다.

어디에 시계가 숨어 있는지도 찾아야 했고, 

바늘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면 시간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도록 표현했는지도 찾아야 하는 

어쩌면 수수께끼 푸는 것 같기도 한 관람이었다. 

 

시계는 처음부터 무브먼트였다.

그 당연한 무브먼트를, 

반클리프&아펠은 사랑, 발레, 자연 등 찬란한 보석의 무브먼트 작품으로 완성시켰다.

시계는 시간만 잘 보이면 된다고 여겼었는데

오늘,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시계가 내 시간을 꽃으로도, 별로도, 요정으로도, 사랑으로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

 

시계 가격을 사이트에서 대충 찾아보았다.

평범한 시계는 천만 원 대도 있긴 했으나,

전시회에서 본 다리에서 만나는 연인 시계 종류는  대략 2억 원에서 6억 원 정도이다.

다행히, 전시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시간이 어느 정도는 

꽃으로 피어난 것 같다.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전시장 메인 스트릿 풍경

사랑의 다리 포토존

반클리프 아펠 전시 : 퐁 데 자모르(사랑의 다리)
- 사랑의 다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서사시

장소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DDP) 아트홀 1관
기간 : 2023.01.08 - 2023.01.28 (1월 16일, 22일 휴관)
          월-목, 일 오전 11시-오후 6시 / 금, 토 오전 11시-오후 8시 
대상 : 전 연령
요금 : 무료 / 예약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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