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른 우리말 이름 - 싹쓸바람을 아시나요

요즘 하천변을 걷다 보면 맞바람이 얼굴을 때립니다. 갈 때도 맞바람을 맞았는데 올 때도 맞바람이 불면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바람이 나를 따라다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래전에 풍속에 따른 예쁜 우리말 바람 이름을 보고 신기했던 적이 있습니다. 바람 방향에 따른 이름은 학교 시험에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바람의 여러 가지 우리말 이름을 한번 찾아봅니다. 

 

1. 바람 방향에 따른 이름 

하늬바람이라는 말은 많이 쓰이지요. 하늬바람은 서풍인데, 옛 뱃사람들은 서쪽을 '하늬'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하늬바람은 서쪽에서 부는 서늘하고 건조한 바람을 말합니다. 

옛사람들이 쓰던 표현에서 유래하여 남풍은 마파람, 거센 북풍은 된바람, 동풍은 된바람이라고 부릅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라는 속담이 있지요. 서해에서는 남풍이 불면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비도 오지 않고 바람만 슬쩍 불었는데도 바닷가 게들은 서둘러 눈을 감추고 숨어버립니다. 이러한 게의 재빠른 습성에서 나온 속담입니다.

된바람은 바람 속도에 따른 이름에서도 나오는데, 풍력계급 6에 해당합니다. 초당 10미터 이상의 거센 바람이지요.

 

일기예보에서 자주 보이는 말로 높새바람이 있습니다. 옛사람들은 북쪽을 높을 고, 동쪽을 새라고 하여 합쳐서 높새바람은 북동풍을 말합니다. 늦봄부터 초여름에 걸쳐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을 넘어 서쪽 사면으로 부는 바람을 뜻합니다. 이 북동풍은 된새바람이라고도 합니다. 

북서풍은 높하늬, 된하늬로, 남서풍은 갈마, 늦하늬, 남동풍은 된마파람으로 불렀습니다. 

 

 

2. 바람 속도에 따른 이름 

해상의 풍랑 상태를 기초로 하여 육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보퍼트 풍력 계급이 있습니다. 13계급으로 0부터 12단계까지 있는데 이 단계별로 바람의 우리말 이름을 붙인 것이 있습니다. 

아, 지금은 풍속을 이야기할 때 보퍼트 풍력 계급이 아니라 직접 m/s, km/h의 단위를 사용합니다. 

 

바람 속도는 10분간의 평균 풍속을 기준으로 합니다.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까지는 기분이 좋은 이름이지요. 가장 무서운 싹쓸. 싹쓸은 무섭습니다.

계급	우리말 명칭	영어 명칭	풍속(m/s)	육상 상태
0	고요	Calm	0 ~ 0.2	연기가 수직으로 올라간다
1	실바람	Light air	0.3 ~ 1.5	연기가 이동할 정도
2	남실바람	Light breeze	1.6 ~ 3.3	나뭇잎 살랑, 잔물결
3	산들바람	Gentle breeze	3.4 ~ 5.4	깃발이 가볍게 흔들림
4	건들바람	Moderate breeze	5.5 ~ 7.9	먼지가 일고 종잇조각이 날림
5	흔들바람	Fresh breeze	8.0 ~ 10.7	나무가 흔들리고 작은 물결
6	된바람	Strong breeze	10.8 ~ 13.8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우산 들기가 어렵다
7	센바람	Near gale	13.9 ~ 17.1	큰 나무 전체가 흔들리고 바람을 향해 걷기가 힘들다
8	큰바람	Gale	17.2 ~ 20.7	나무의 잔가지가 꺾이고 바람을 안고서 걸을 수가 없다
9	큰센바람	Strong gale	20.8 ~ 24.4	굴뚝이 넘어지고 기와가 벗겨진다
10	노대바람	Storm	24.5 ~ 28.4	건물이 부서지고 나무가 뿌리째 뽑힌다
11	왕바람	Violent storm	28.5 ~ 32.6	건물이 크게 부서지고 산더미 같은 파도가 인다 광범위한 피해가 생긴다
12	싹쓸바람	Hurricane	32.7 이상	매우 광범위한 피해가 생긴다

 

3. 그 외 

 

소슬바람, 밤바람, 봄바람, 비바람, 회오리바람, 돌개바람, 용오름, 칼바람, 황소바람, 솔바람.

굳이 뜻을 자세히 붙이지 않아도 이름만 들어도 느낌이 오지요. 들으면 아는데 막상 내가 쓸 때는 그냥 '바람'으로만 씁니다. '무슨' 바람이라고 이름 붙여서 써주면 바람이 좋아해서 '맞바람' 대신 뒷바람(이런 말도 있으려나, 앗, 있습니다. 순풍을 이렇게 쓰기도 한답니다)으로 도와줄지도 모릅니다. 

헛바람인가요?

(헛바람 : 쓸데없이 부는 바람, 공기가 드나들지 말아야 하는 물체의 속에 쓸데없이 드나드는 공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