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산책하는 하천변에 개망초가 한창 피었습니다. 그 옆에 망초도 있습니다. 그 애들이 망초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오늘은 망초와 개망초 이야기입니다.
1. 개망초를 처음 만난 날
오래전, 기차 창밖으로 보이는 들판에 하얀 꽃이 가득 피어 있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 군데만이 아니어서 조금 가다 보면 또 보이고, 조금 가다 보면 또 보였습니다.
'저게 무슨 꽃이지?'
여기저기 저렇게 많이 피어 있는 꽃 이름을 모른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동네에서도 보입니다. 분명히 여행 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가는 곳마다 나타납니다.
이것저것 뒤적거려 찾아낸 이름은 '개망초(皆亡草)'였습니다.
모두 개, 망할 망, 풀 초 - 번식력이 좋아 뽑아도 뽑아도 자라나서 농사를 망치게 하는 풀이라고 붙은 이름이랍니다.
이쁜 꽃에 안 이쁜 이름이 붙었습니다.
꽃 이름을 찾아보기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기차 창밖으로 보이던 '개망초'였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기도 했고, 식물에 관심이 없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천에 깔려 있는 꽃을 모르고 있었다니, 정말 무심했나 봅니다.
2. 망초를 만난 날
그 이후로 꽤 많은 꽃 이름을 찾아보았는데, 최근에 '망초'를 알게 되었습니다.
나리, 개나리, 살구, 개살구, 별꽃, 개별꽃, 망초, 개망초...
막연히 '망초'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했었는데, 찾아보지도 않았고, 이렇게 가까이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물망초'가 연상되어 물 근처에 있는 풀이라는 어림짐작뿐이었어요.
그런데, 매일 지나다니며 본 그 이름 모를 풀이 망초였다니... 게다가, 개망초 옆에 나란히 있는데 몰랐다니..
처음 개망초를 알았을 때만큼이나 당황스럽습니다.
3. 개망초와 망초
개망초와 망초는 둘 다 국화목 국화과입니다.
개망초의 꽃은 계란 모양이고, 망초의 꽃은 하얀 흔적만 살짝 보일 뿐이라 눈에 잘 뜨이지 않습니다.
개망초의 잎은 띄엄띄엄 있지만 망초는 빽빽하게 줄기를 감싸고 있습니다.
4. 망초의 이름 유래
망초와 개망초는 일제 강점기에 철도 공사를 하면서 들여온 철도 침목과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꽃들이 철도 공사지역 주변에 갑자기 피기 시작하면서 을사늑약이 맺어져,
일본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들여왔다며 나라를 망하게 하는 꽃이라고 망초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농사를 망치는 풀이라고 농부들이 '이 망할 풀'이라고 해서 망초라고 이름이 붙었다고도 합니다.
망초도 개망초도 가만히 있는데, 그동안 몰라봤다고 저 혼자서 당황스러워하는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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