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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에 걸린 광고 현수막에 쓰인 글자, '마지막 눈사람'.
'마지막'에 끌렸는지, '눈사람'에 끌렸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 둘이 함께 있어서 끌린 듯.
그날로 바로 예매를 하고, '최승호'와 '마지막 눈사람'을 검색하며 '눈사람 자살 사건'이라는 시를 알게 되었다.

1. 제6회 호반음악제 '마지막 눈사람'

2025.11.25. 오후 7시 30분 춘천문화예술회관
배우 최영준, 지휘자 최상윤, 작곡가 최우정, 시인 최승호
춘천시립합창단, DK플레이어즈(연주)
새로 작곡한 음악을 연주가들이 연주하고 합창단이 노래 부르고 배우가 책의 일부를 낭독한다.
낯선 음악이라 집중이 어렵다.
배우의 앉음새와 목소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타악기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두 연주자에 시선을 둔다.
오른쪽 끝 큼지막한 금관악기 연주자는, 악기를 내려놓고 대기하는 시간이 더 많아 보인다. 언제 연주하려나 같이 기다려 본다.

2부 중반에 가서 하이라이트처럼 낭독되는 '눈사람 자살 사건',
미리 보아두었다고 귀에 잘 들어온다.
잘 모르겠는 공연이, 그렇게 끝났다.
제목 탓일까, 조금은 '동화'적인 요소를 기대했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배우, 지휘자, 작곡가, 시인 모두 '최'씨이다.
2. 책 '마지막 눈사람'(글 최승호, 그림 이지희)
검색하다 알게 된 '마지막 눈사람'이라는 책은 2023년 발행되었다는데......
공연이 끝난 후, 책이 궁금했다.
춘천시립도서관 앱에서 검색하지만 책이 없다.
아니, 공연까지 하면서 책이 한 권도 없다니, 이럴 수가.
'서점에서 바로대출'이라는 방법이 있어서 신청을 한다.
도서관에 없는 책을 서점에 신청해서 빌려 볼 수 있는 방법.
사흘쯤 지나 가까운 서점에서 책을 빌려올 수 있었다.

이 책의 글은 새로 쓴 것이 아니다. 작가가 기존에 펴낸 시집, 산문집에서 선정한 글들을 편집하여 만든 것이다.
글의 주인공은 빙하기의 지구에 홀로 남은, 마지막 눈사람.
'하얀 빙벽을 두른 고독으로 얼음의 자아를 고집했다. 아무도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 나는 나라는 말을 배운 것일까. 나는 물렁물렁하게 태어나 이제 마흔여섯 살이 되었다. 몸의 나이, 그러나 질료의 나이로 볼 때 나에게 과연 나이라는 게 있는 것일까. '
'너희들은 이제 다 얼어 죽었기 때문에 존재의 이유는 나 하나만의 문제이다.'
빙벽을 두른 얼음의 자아,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나이가 들수록, 타인을 이해하거나 이해받는 부분이 극히 적으며 사실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모두가 제각기 '마지막 눈사람'처럼 고독하지만,
가슴이 없는 두족류 문어처럼 '존재의 이유를 모르는 채로 그저 움직인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온수를 틀고서 녹고 있는 몸을 바라보는 눈사람.
녹고 있고, 그것이 죽음이지만, 그를 둘러싼 것이 '따뜻한 물'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과 절망이 가득한 책의 한 갈피에서 '따뜻한 물'이 위로처럼 느껴져
그 말만 냉큼 건져 올린다.
삶은 어차피 죽어가는 일.
살아가는 동안 그리고 죽어가는 동안
'따뜻한 물'과 같은 위로를 만났으면 좋겠다.
모두들...... 언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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